판타스마고리아

<방탄소년단의 일급 프로모터, 아미> 




전세계 그 어떤 팬덤보다 열정적인 투표 화력과 홍보활동으로 자신의 가수를 지원사격하는 것은 대다수 K팝 팬덤이 공유하는 특성이지만, 그중에서도 아미의 접근은 조금 남다른 데가 있다. 목표하는 지점이 다르다고나 할까. 




사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국내 아이돌 그룹 중 방탄의 입지가 독보적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데뷔 해인 2013년부터 빌보드와 AMA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2017년에 이르기까지, 방탄 팬덤은 사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보다 강력했다. 방탄 기획사 대표인 방시혁 피디도 방탄의 인기가 해외에서 역수입된 측면이 있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 당시 해외 팬들은 자국에서 방탄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무엇보다 안타까워했다. 방탄의 국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팬들은 멜론 같은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에 계정을 만들어 방탄 곡을 스트리밍 하거나, MAMA 등 국내 시상식 투표참여를 위해 단체로 계정을 만들고 앱을 깔았다. 한마디로 해외 팬덤이 국내 팬덤을 도와 함께 방탄의 국내 입지를 만들어간 것이다. 방탄의 국내 인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글로벌 팬덤은 이제 방탄을 K팝 아이돌이 아닌 국제적인 아티스트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런 결집력이 폭발한 것이 바로 2017년 빌보드 시상식이었다. 




당시 탑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 후보로 오른 방탄을 빌보드 시상식에 세우기 위해 전세계 아미가 하나가 되어 무서운 응집력으로 투표에 올인했다. 결국 투표에서 방탄은 3억표 이상을 득표했고, 6년 연속 이 상의 주인공이었던 저스틴 비버는 2천만표를 웃도는 데 그쳤다. 해외 팬들의 ‘빌보드에서 방탄 알리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전역에서 시상식이 열리는 라스베가스로 팬들이 몰려들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방탄소년단을 직접 보기 위해서도 있지만, 그들이 빌보드 시상식에 참석할 때 그 뒤를 어마어마한 팬덤이 받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작열하는 5월의 라스베가스 태양 아래 몇십 시간을 지치지않고 방탄의 노래를 부르며 기다린 팬들은 마침내 시상식장에 입성하는 방탄소년단을 향해 어마어마한 함성을 질러댔고, 이를 본 미국의 미디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단 시상식장 입구뿐만 아니라 시상식장 내부도 아미들로 가득 채워졌다. 방탄소년단이 수상을 하자 온 시상식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졌다. 영문을 모르는 참석자들, 그리고 미국 매체의 눈이 방탄소년단에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빌보드에서의 이 같은 열광은 아직 예고편에 불과했다. 그해 11월, 방탄은 국내 아이돌 최초로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무대에 섰다. 내가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을 처음으로 인지한 것도 바로 이 시상식 무대를 보고서였다. 방탄의 무대가 펼쳐지는 시상식장 곳곳에서 공식응원봉인 아미밤(ARMY Bomb)을 들고 한국어 떼창을 하는 외국 팬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기한 광경으로 다가왔다. 흥미가 생겨서 찾아본 그날 공연의 유튜브 리액션 영상들을 보면서, 애초의 신기함은 점점 경악스러움으로 변해갔다. 시상식 현장에서 또는 거실 TV 앞에서 응원봉을 흔들며 방탄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서양 팬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노래가 나오기 전부터 멤버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외치는 팬,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는 팬, 기쁨을 주체 못하고 “Take the world!”(세계를 정복해버려) 하며 TV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팬. 방탄의 미국 TV 데뷔를 지켜보는 팬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그 마음만은 하나였다. 




바로 방탄이 세계적 무대에 선 것을 너무나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 대체 자기 고향 사람도 심지어 자기 나라 사람도 아닌 동양의 작은 나라 출신 가수가 유명 시상식 무대에 선 게, 그들이 이렇게나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인가. 그날 그렇게 호기심과 이상함이 뒤섞인 감정으로 방탄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그들의 영상을 찾아보고, 결국엔 열혈 팬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어떻게 보면 다 그날의 아미들이다. 




대체 방탄소년단이란 그룹이 뭐가 어떻길래 다들 저렇게 열광하는걸까? 이 궁금증은 미국의 미디어가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에 주목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를 위해 LA 공항에 도착했을 때 팬들의 반응을 보고, 엘렌 쇼의 호스트인 엘렌 드제너러스는 “마치 비틀즈가 미국에 왔을 때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에 눈도장을 찍게 만든 가장 확실한 패는 바로 미국 아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열광이었다.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가 바로 가장 효과적인 프로모션이 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미와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