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마고리아

*위 제목은 미디어/문화연구자인 헨리 젠킨스의 <팬, 블로거, 게이머>의 서문 제목을 차용해온 것임을 밝힙니다.



<입덕하다>



11월 중순에 시작해 어느새 방탄소년단의 열혈 콘텐츠 팔로워가 된지도 벌써 두 달가량이 흘렀다. 스스로는 열혈 콘텐츠 팔로워 혹은 아카-팬(Academic+Fan의 합성어로 팬이면서도 연구자인 사람을 일컫는다)이라는 폼나는 말을 끌어다 수식하고 싶지만, 단순히 말하면 방탄에 입덕한지가 두달이란 얘기다. 


소수성과 다양성을 강의하는 영화과 수업중 나도 모르게 방탄의 서구 팬덤이 갖는 독특한 의미를 눈 반짝거리며 설파하다가, 강의평가에 “방탄과 함께 하는 행복한 겨울방학 맞으시길 바란다”는 따뜻한(?) 코멘트를 받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시작된 팬질(폄하가 아닌 팬의 다양한 여러 활동을 말한다^^)은 이윽고 방탄 팬덤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트위터로, 방탄의 자체제작 버라이어티를 매주 감상할 수 있는 네이버 V앱으로, 온갖 아이돌 팬들이 모여있는 네이트판의 방탄 팬톡으로 갈수록 확장됐다. 그러던 중 이윽고 투표의 계절이 왔다. 



한해를 결산하는 시상식들이 잔뜩 모여있는 연말연시. 이 시기는 아이돌 팬들에게 있어 고도의 집중력과 화력을 요하는 시기이다. 보통 한달에서 두달 정도의 시간을 갖고 진행되는 시상식 투표과정은 각 팬덤의 끈기와 조직력 그리고 고도의 전략을 요하는 전장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도 드디어 투표를 통해 팬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서울가요대전, 가온차트 뮤직어워즈,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팬덤과 보이밴드 두 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미국 아이하트 라디오어워즈(iHeartAwards)가 그것이다. 


시기상으로는 서가대(서울가요대전)와 가온상이 먼저지만, 투표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게 된건 아이하트 어워즈때부터였다. 서가대와 가온의 팬 투표를 위해 필요하다는 어플은 보는 순간 다운받는게 거부감이 일 정도로 별로면서도 무척 복잡해보이기까지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초등학생들이랑 이런걸 같이 다운받아가면서까지 팬질을 해야돼? 라는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그때 등장한 아이하트 어워즈의 단순한 팬투표 방식은 나를 팬투표라는 낯설고 열통터지는 세계에 멋도 모른 채 발을 담그게 만들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아카-팬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여지없이 부셔버리는 늦게 입덕한 중년팬의 투표 고행길이 시작된다. 


** 잠금공지


아카-팬의 고백 글은 개인 사정으로 잠시 잠궈둡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요~ 

Posted by 미와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