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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05 어느 방탄소년단 아카-팬의 고백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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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팬덤의 자선 활동>




지난 5월 5일 새벽, 미국 ABC Eyewitness News Ch.7의 기자이자 앵커인 George Pennacchio가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를 언급하며 트윗을 하나 올렸다. 





- George Pennacchio 트윗



스타워즈 팬들의 자선 단체인 Force For Change가 하는 미국 유니세프 자선 미션에 방탄소년단 팬들도 동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미션의 내용은 #Roar For Change 라는 해시태그를 1번 올릴 때마다 1달러씩 유니세프에 기부돼 굶주린 어린이들을 돕게 되는 것이다. 



글이 올라온 즉시 전세계 아미들이 일제히 해시태그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이 향후 2년간 음반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LoveMyself #EndViolence 프로젝트를 현재 유니세프와 함께 진행하고 있기도 해서 아미들 역시 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 의지를 보였다. 


(방탄소년단의 행보와 발맞춰 아미들의 자선활동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각 나라의 아미들이 자국에서 다양한 자선 활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 #OneInAnArmy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발족, 시리아 등지에서의 자선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원래 이 스타워즈 기부미션은 5/25일까지 20여일 동안 백만 달러를 목표로 발족된 프로젝트였는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20여개국의 아미가 참여하자마자 5시간만에 백만 트윗이 훌쩍 넘어 순식간에 기부 상한선을 넘어섰다. 아미에게 처음 이 미션을 제안한 ABC 방송국 캐스터조차도 이 상황에 깜짝 놀라 다음 같은 트윗을 올렸다.



- George Pennacchio 트윗


 

“이런 팬들을 가진 방탄소년단은 정말 행운아네요. 여러분께 진실한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곧이어, 이 미션을 주관한 스타워즈 공식계정도 백만달러 기부미션을 순식간에 달성하는데 동참해준 아미에게 감사하는 트윗을 올렸다.




- @starwars 트윗



스타워즈 공식계정의 트윗 아래 달린 전세계 아미들의 멘션은 찡한 데가 있었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고, 세계를 위해 뭔가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들어준 게 다름아닌 방탄소년단이었다며 그들은 모든 공을 방탄소년단에게 돌렸다. 



여기서 하나 재밌는건, 미국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RM이 밝힌 스타워즈와 방탄과의 연관성이다. 




-  Rolling Stone  인터뷰 중에서




나온지 몇십년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이어지는 스타워즈나 마블의 세계관처럼 자신들도 방탄의 세계관이 일관되게 이어지는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거였다. 이런 그들의 소망은 2015년에 나온 화양연화 앨범의 세계관이 2018년 현재까지 이어짐으로써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하나의 이야기를 BU(방탄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방탄 콘텐트 속에 녹여 현재까지 4년여 동안 일관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팬들은 새로운 콘텐트가 나올때마다 일명 ‘궁예’(짐작)를 통해 이 내용이 방탄 세계관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매번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느라 분주하다. 



팬덤의 자선활동은 국내 팬덤에서도 드문 일은 아니다. 서태지 팬덤 같은 경우는 지속적인 자선, 봉사활동은 물론 우리 사회의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고 공론장을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혹자는 팬덤이 벌이는 자선활동이 단순히 자신의 가수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라 폄하하기도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시비나 걸면서 아무 것에도 기여하지 않는 것보단 첫 동기야 어찌됐든 실질적 도움을 주기위해 움직이는 팬덤의 행위가 이 세계에 이바지하는 바가 많다 본다.        



방탄소년단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는 아미들이야말로, 어쩌면 방탄소년단이 세상에 내놓은 최고의 '유산'이 아닐까.  





Posted by 미와카주

<아미, 미국 라디오를 뚫다>



(+수정)



빌보드는 매주 수십개의 차트 순위를 발표한다. 


빌보드 차트의 특징이라면 미국내에서의 소비량, 즉 미국에서 발생한 디지털 스트리밍, 디지털 다운로드, 앨범 구매, 라디오 선곡 횟수,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만 차트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즉, 미국 소비자들이 듣고 사줘야 올라갈 수 있는게 바로 이 빌보드 차트다. 그중 메인차트라 할 수 있는게 싱글차트인 HOT 100과 앨범차트인 Billboard 200이다.  


간혹 한국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는데, 그건 대부분 메인 차트가 아닌 월드 차트, 즉 비영어권 음원/음반들을 대상으로 매겨지는 차트다. 


한국 가수중 메인 차트에서 세계가 주목할 만큼의 의미있는 성적을 거둔 가수는 아직까지 단 둘 뿐이다. 싸이와 방탄소년단.



싸이의 경우 <강남 스타일>이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 31주간이나 머물렀고 후속으로 나온 2곡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메인 싱글차트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DNA>로 4주 연속, <Mic Drop Remix>로 10주 연속 메인 싱글차트에 머물렀다. 나온지 8개월 된 Love Yourself: HER 앨범은 아직까지도 메인 앨범차트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무려 28주째다.


<강남 스타일>은 입소문을 타고 전무후무한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전세계적 히트를 쳤다. <강남 스타일>의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최고 기록은 2위였다. 그 정도 파급력이면 한번쯤 1위를 할 법도 한데 끝내 1위로 못 올라선 이유가 바로 라디오 선곡 횟수 때문이었다. 


메인 싱글차트 집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라디오 플레이에서 미국 팝 가수들에 밀린 것이다. 그만큼 미국 라디오는 외국어로 된 노래에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팬들은 이 라디오를 뚫기위해 2016년 무렵부터 노력해왔다. Wings 앨범 발매 시기에 #GetBTSontheRadio 라는 프로젝트가 라디오 공략에 먼저 나섰고, Love Yourself: HER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라디오를 두드렸다. 그 선봉에 트위터 팬계정인 @BTSX50States가 있었다. 





- BTSX50States 홈페이지 소개




BTSX50states는 미국 50개주의 방탄 팬사이트 연합으로 라디오 홍보, 풀뿌리 캠페인, 광고,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내에 방탄소년단을 홍보해왔다. 그중에서도 라디오는 빌보드 차트에 갖는 영향력을 차치하고라도 미국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홍보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에, 이들은 라디오를 뚫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BTSX50states 산하에 있는 미국 서부, 남동부, 남서부, 중서부, 북동부 등 각 지역 아미들은 자신의 지역에 있는 라디오 방송국들을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빌보드 차트 순위에 영향력이 큰 방송국별로 분류하고 디제이들을 접촉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그중, 라디오 홍보를 하던 한 아미의 글이 한국 아미들 사이에 번역이 되어 돌았다. 







처음 방탄 노래를 홍보하기 위해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을 때 이들은 면전에 대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일을 부지기수로 당했다. 


노래를 틀어주겠다 약속한 디제이 말만 믿고 몇시간씩 기다리는건 예삿일이었고, 대놓고 “우리는 ‘진짜’ 노래만 튼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시작한 일이지만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었죠. 그냥 내가 텔레마케터다 생각하고 계속 전화를 하는 수밖에요” 




BTSX50States는 디제이에게 전화를 걸 때, 그들이 방탄을 아는 경우와 모르는 경우의 수를 세심하게 나눠 방탄을 소개하는 응대 메뉴얼까지 만들어서 배포했다.



- BTSX50States 디제이 응대 메뉴얼



이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라디오 디제이들이 하나 둘 방탄의 노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들의 노력을 몇 년간 지켜본 디제이 중 어떤 이들은 결국엔 방탄의 열렬한 지지자, 즉 아미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지난 AMA(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기간 중 엘렌쇼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아미들의 정성에 감복해 스스로 아미가 돼버린 라디오 디제이 한명의 트윗 메시지로 시작됐다. 



“당시 엘렌 쇼의 프로듀서가 LA 킹스 하키팀 팬이란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 프로듀서에게 트윗 메시지를 보냈죠. ‘킹스도 BTS가 당신 쇼에 출연하는걸 원한다’고요” 메시지를 받은 엘렌 쇼 프로듀서는 킹스 팀 선수에게 그 메시지를 보여줬고, 그 선수는 “출연시키지 그래?”라고 답했다. 


AMA 무대를 마친 방탄은 정확히 일주일 뒤 엘렌 쇼에 출연했고, 더불어 키멜 쇼, 레잇레잇 쇼까지 3대 공중파 방송국 메인 토크쇼 모두를 섭렵했다. 


(라디오 홍보 활동 중 에피소드는 각주의 기사를 참조한 것임)[각주:1]



미국 아미들의 이런 노력과 방탄의 미국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가 상승하자, 라디오에서 방탄의 노래가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미들은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오면 그걸 영상으로 찍어서 디제이들에게 보냈다. 차 안에서, 집에서, 학교에서, 라디오에 나오는 방탄의 노래를 들으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미들의 영상을 받아본 디제이들은 자신의 지역에 방탄 노래를 듣는 소비자층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됐고, 이는 더 많은 선곡 횟수로 이어졌다. 


한번이라도 방탄의 노래를 틀어준 디제이들은 그 지역 아미들로부터 꽃다발이나 디저트와 함께 정성스러운 카드를 받았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 각국에서 수많은 디제이들이 카드가 동봉된 아미의 소포를 받았다. 


카드를 받은 디제이들은, 수많은 가수의 팬들을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의 가수에 대해 열정적인 팬덤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다.   



BTSX50States가 주도하는 라디오 홍보가 주효했던 이유는, 이들이 지역 디제이와의 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대했기 때문이다. 


노래를 신청할 때도 항상 예의를 갖춰 부탁하고, 선곡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기민하게 제공하면서 자신의 지역 디제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노래를 신청만 하고마는게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방송을 듣는 지역 청취자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영상과 사진을 보내 확인시켜주는 걸 잊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캠페인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팬계정 관리자 대다수가 십대가 아닌 직업을 가진 성인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확인한 바로는 BTSX50States뿐 아니라 다수의 해외 방탄 팬베이스 관리자들 중에 삼사십대의 커리어를 가진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나이 어린 팬들을 도와 프로젝트를 조직하고,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통찰력과 부드러운 접근으로 음악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대하는 이들의 손끝에서 방탄 해외 알리기 프로젝트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팬은 프로모션을 가장 열정적으로, 그것도 무보수로 하는 존재들이라고. 열정에 조직력까지 더해진 방탄 팬덤은, 음악계 인사들에게 신기함을 넘어 감동을 주기 시작했다. 


오늘날 방탄의 서양 내 인지도의 많은 부분이 무보수 프로모터, 바로 아미들의 공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 Chang Dong-Woo, Yonhap News Agency, 2017/12/22 [본문으로]
Posted by 미와카주